아가를 만났던 곳이, 여기서 왼쪽이니까—? 코로리는 길치라기보다는 목적지로 가야하는데 이곳저곳 발이 빠지는 곳이 많았다. 가는 길에 있는 조그만 가게, 벽돌이 예쁜 담장, 아름드리 그늘을 펼치는 나무 아래에 발이 묶이고는 해서 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었다. 길 자체는 잘 찾아가고 있었고, 지금도 어디서 길을 새었는지 되짚어보며 다시 카페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치만 아가가 악몽을 꿔서 잠에서 깼다구. 다시 자장자장 해줄 수 밖에 없었다구! 그렇지만 아무래도 이리저리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길목을 노니는건 길 잃은 것처럼 보이기 십상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코로리는 자신이 어딘가를 향할 때 남들보다 시간이 배로 든다는 것을 알아서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보다 훨씬 일찍 출발했다는 것이었다. 다만, 렌은 코로리에게서 약속까지는 너무 이른 시간에 코로리가 지금 출발한다고 보낸 메시지를 받았을 것이다.
“여기서 오른쪽이다!”
소곤소곤, 길찾기 성공과 함께 무사히 약속 시간 내에 카페에 도착하기 또한 성공이었다. 더위를 타는지라 그늘로 이동하던 코로리는, 카페 앞까지도 그늘 속 아래로 쏙 들어갔다. 이리저리 조금 많이 걷기는 했지만 학생 구두 대신 단화를 신고 있어서 앉고 싶다는 생각은 덜했다. 자고 싶다는 생각은 언제나 하고 있었지만, 후링씨랑 친구하려면 참을 수 있어! 비밀 유지를 위한 속셈이 또렷하다. 아무튼 약속 장소에 무사히 도착한 코로리는 폰을 꺼내 들었다. 렌이 이미 도착해서 카페 안에 있는지, 오고 있는 중인지 등을 확인하려면 연락을 해야만 했으니까! 코로리의 폰 화면에 후링씨라고 적힌 통화 연결 화면이 뜬다.
양호실에서 코로리를 만나고 난 뒤로 시간이 꽤 지났다. 그 때는 봄이었는데 벌써 여름이던가. 아직 초여름이지만 후덥지근한 날씨에 벌써부터 여름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었다. 그 이후로 코로리와 메시지를 몇 번 주고받다가 이전에 상담을 받고 싶다고 했던 것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고, 어쩌다보니 주말 느즈막한 오후에 약속을 잡게 되었다.
사실 상담을 받는다고 했어도 그냥 학교 내의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를 하게 되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어쩌다보니 이렇게 외곽의 카페까지 오게 된 것에 조금 민망함도 있었다. 마치 데이트 신청같은 느낌이지 않던가. 아니 그런 이야기를 하기엔 상대는 신님이니까 아무런 상관이 없을 지도 몰랐다.
생각보다 일찍 출발한다는 코로리의 연락에 렌은 너무 거리가 있는 곳으로 약속 장소를 잡은 것이 아닌가 고민하며 렌 또한 일찍 집을 나섰다. 흰색 무지티에 짙은 갈색의 면바지를 입은 렌은 생각보다 더 일찍 약속장소에 도착해버려서 카페에 양해를 구하고 안에 들어와서 코로리를 기다렸다. 이내 약속시간이 가까워지자 카페 창 밖으로 코로리의 모습이 보였다.
일어나서 문으로 향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코로리가 먼저 전화를 했는지 렌의 휴대폰이 웅웅 울렸다. 코로리 씨, 라고 적힌 휴대폰을 받는 대신 문을 열면서 렌이 코로리에게 인사했다.
“저 여기 있어요. 좋은 오후네요, 코로리 씨.”
렌이 작게 웃으면서 들어오라는 듯 문을 활짝 열었다. 코로리가 안으로 들어온다면 이어 물었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