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파라솔이 우뚝 그늘을 만들어, 뜨거운 여름볕을 파란 그림자로 바꾸고 돗자리도 파랗게 덮었다. 잠의 신으로 인간들의 꿈 속을 돌아다녀본 결과, 여름, 여름방학과 바닷가는 떼어놓을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여름 태양 아래서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와 하얀 뭉게구름은 여름을 그리는 꿈 속에 자주 보이고는 했다. 코로리는 요즘 들어 파랑이 부쩍 좋았다. 파랑도 좋았고, 하늘도 좋았고, 하양도 좋았다. 그래서 신계에 있을 때 꿈들을 보며 코로리도 가보고 싶다 생각했었던 풍경이 지금 눈 앞에 펼쳐져있다는게, 와 버렸다아! 그것두 렌 씨랑! 렌과 같이 왔다는게 좋아서 들뜬 티가 쉽게 난다.
“렌 씨, 선크림 발랐지!”
코로리는 잘 몰랐던 부분이었지만, 렌과 바닷가에 놀러가기로 정해지고서부터는 이런 저런 주의사항을 꼼꼼히 찾아보았다. 수영을 잘 하더라도 바다와 수영장은 느낌이 전혀 다르니 주의해야한다던가,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야한다거나, 물 속에 있다 나오면 체온이 떨어지니 비치타올이나 외투를 챙기는게 좋다거나, 찾아보니 물놀이 주의사항은 무척 많았다. 코로리는 신이기 때문에, 그리고 수영을 할 줄 모르기 때문에 알아보지도 않았던 이야기들이었지만 렌 씨가 즐겁기만 하면 좋겠으니까!
“오늘은 꼭 숨었어!”
벌써 인간계 3년차 접어들어서야 사게 된 수영복을 벌써 3번째 꺼내입었다. 상의는 홀터넥 비키니로, 목 뒤에 리본을 묶어 고정하는 식이었고 하의는 허리 잘록 들어가는 부분까지 올라오는 치마 모양이었다. 하지만 하얀 수영복은 하늘이 되었다! 하늘색 비치 가디건으로 꼭 가려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렌 씨가 안 좋아하는 거 같았구, 나도 렌 씨가 보이는 거 싫으니까! 우미노카리 때도 챙겨입었던 비치 가디건이었다. 물에 젖으면 의미없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꼭 가렸다고 방글방글 웃으며 렌에게 자랑한다. 긴 머리카락도 양갈래로 땋아내려 완벽한 물놀이 복장이다!
파아란 바다가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짠 바닷 내음과 파도 소리가 시원하다. 파라솔은 주변에서 대여했고 돗자리는 집에서 준비해왔다. 돗자리는 흰색과 하늘색의 스트라이프로 되어있는 3-4명이 누워도 괜찮을 정도의 넉넉한 사이즈의 평범한 돗자리였지만 왠지 모래사장 위에, 그것도 파라솔 그늘 아래 깔아놓으니 특별한 느낌이 들었다.
“네, 코로리 씨도 바르셨어요?”
렌이 코로리의 질문에 작게 웃으며 말했다. 여름의 햇빛은 강해서 방심하면 금방 타버리는 데다가 화상을 입을 위험도 있으니 자외선 차단제는 꼭 바르는 것이 좋았다. 렌은 꼭 숨었다면서 비치 가디건을 입은 코로리를 보고 왠지 부끄럼을 타버려 살며시 시선을 피하며 목을 매만진다.